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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글

Ordinary day & 음성녹음 0617

2023. 9. 16 완성본.


Ordinary day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가면 간식이 있다. 원활한 뇌 사용을 위해 열량을 섭취하고 방에 들어가 공책을 펼친다. 또는 숙제를 펼친다. 해야할 일을 마치면 책을 읽는다. 

거리가 조용해져 창문 밖에서 들리는 것은 차소리뿐일 때가 되면 부가 돌아온다. 그는 내 방 문에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그가 매고있는 가방에는 피가 묻은 옷이 들어있다. 그 옷들은 모가 손세탁을 한다. 또 무기 또는 독약 등이 들어있다. 매번 바뀌기에 오늘 가방에 들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고의로 무기를 두고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존재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현금이 있다. 늘 불규칙하지만, 3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정도라면 상당할 거라고 10대 초의 뇌로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그렇게 모와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울려오는 소리를 듣다보면 문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머릿속에 보인다. 아이를 심하게 신경쓰지는 않는건지, 내가 알고있다는 사실을 아는지는 알 수 없다.

아침은 모두가 참석해 먹는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아동기때부터 그랬다. 지금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식사를 마쳐갈 무렵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함께다. 택배기사는 아니다. 층간소음을 항의하러 온 이웃도 아니다. 경찰이다. 창문 위에 빨간 빛과 파란 빛이 교차하며 비친다. 수갑의 소리가 들린다.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있다. 학교에 가야했다면 귀찮겠지만 오늘은 주말이다.

평범한 날이다.

 


음성녹음 0617

기록 일시: 20XX년 XX월 XX일
등급: 2단계
길이: 3시간 21분 49초

불러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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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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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편은 현재 확인된 것으로만 해도 백 건이 넘는 살인사건을 저지른 연쇄살인마입니다. 어떻게 이 사실을 모르고 함께 살아갈 수가 있습니까?"

"피가 묻은 옷을 입고 집에 돌아온다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구요!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이렇게 다정한 우리 남편이 살인자라니!"

(책상을 쾅 두드리는 소리)

"...그의 똑똑한 점을 참 좋아했었지요. 그걸로 나를 이렇게 이용할거라고는."

"그는 직장을 범행의 거점으로 사용하며 연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시선이 지목된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직장을 얻어 이동하는 수법을 사용했지요. 당신은 매번 그와 동행했습니다. 자주 이사를 가자고 하는 남편이 수상하진 않았던겁니까?"

"매번 더 좋은 직장과 집이 있다고 말했는걸요. 면접 합격 문자까지 보여주니 의심할 이유가 없었어요. 게다가 요즘 세상에 이사는 흔한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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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액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저도 아직 여자랍니다. 여자는 한 달에 한 번씩 피를 흘리기 마련이지요. 조절하기 어려우니 늘 이곳저곳 흘려버리기 마련이에요. 남성분이 무심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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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혜현아. 지금부터 질문을 몇 개 할건데 솔직하게 대답해줘야해. 약속할 수 있어?"

(머리카락이 사락거리는 소리)

"고마워. 그럼 시작할게. 지금 기분이 어때?"

"주말인데 놀지 못해서 아쉬워요."

"네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아?"

"아빠가 뭔가 잘못해서요."

"그래? 참 똑똑하네. 그럼 그 잘못한 일이 뭔지는 알아?"

"몰라요. 뭔데요?"

"음, 아주아주 나쁜 일이야. 그러니까 혜현이가 나를 잘 도와줘야 해. 평생 아빠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거든."

(잠시 침묵)

"...너는 항상 밤늦게 돌아오는 아빠를 위해 늦게까지 깨어있었다고 들었어. 힘들지는 않았니?"

"잠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깨어있는 것보다는 일하는게 힘들잖아요. 엄마가 아빠는 우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 일하는거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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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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