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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글

Too Many People in my house

“혜현 씨!! …앗?”
조용하던 이혜현의 집에 요란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황당한 표정으로 소라를 쳐다보는 사람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갈색 단발의 여성. 안경을 쓰고, 셔츠에 정장 조끼와 치마를 입어 누가봐도 직장인이라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어…안녕하세요…?”
소라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인사를 건냈다.
“어, 저기, 누군지, 왜 여기있는진 전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인간이랑 이야기를 좀 해야해서. 방 밖으로 나가줄 수 있을까?
“아, 그런거였다면 전 이만…”
소라는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동거인.”
“무슨일이래. 그 ‘Ms.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씨가?”
“소재. 오늘은 뭐야, 편집자 씨.”

여성은 어깨를 으쓱 올려보았다.

“아직도 그렇게 부르는구나. 내게는 염원히 이름이라는게 존재하는데 말이지. 뭐, 간단한 미팅이랄까? 이번 신작도 반응이 좋아. 늘 내는 족족 히트라니까. 그 나이에 어떻게 그리 인기가 많아? 나 좀 질투나려해.”
“성인이 되기 전부터 글을 썼으니까.”
“그건 나도 압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때부터 여러 편집자들을 겁에 질려 도망가게 했지. 당신이 트라우마를 안겨준 편집자가 이 출판사에만 몇 명인지 알아?”
“7명.”
“…당신은 그렇게 좋은 머리를 대체 왜 이런데에… 아니다, 됐어. 다시 비즈니스 이야기로 넘어가.
이번엔 BL에 농구라는 소재는 어때? 슬램덩크가 트위터에서 좀 유행하는 모양이야. “
“BL 말고 GL.”
“아…그건 좀 마이너한 것 같지만 괜찮으려나. 어차피 울 작가님의 팬층은 마이너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

유행을 따르려고 한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아, 라고 혜현은 생각한다.

“이번엔 15금? 19금? 학생들이 많이 볼진 모르겠지만, 일단-“
“15금.”
“오케이. GL, 농구가 메인 주제, 15금. 오늘 바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봐도 되겠지?”
혜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자세한 내용은 이따가 메일로 보낼게. 아, 아까 그 노란 녀석은 뭐하는 녀석인지 물어봐도 돼?”
그러자 이혜현은 잠시간 허공을 바라보더니 이 대화중 처음으로 의자에서 내려와 일어섰다.
“엇? 어디가?”
“기다려.”

이혜현은 거실로 나가 식탁에 뭉그러져있는 소라에게 다가갔다.
혜현이 다가가자 소라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고개를 들었다.

“아? 뭐야, 끝났어?”
혜현은 대답없이 엄지로 뒤에 있는 방문을 가리켰다.
“…뭔데, 따라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혜현.
소라는 한숨을 쉬고는 몸을 일으켜 벌써 방 문턱에 있는 혜현을 따라갔다.

편집자는 제자리에 서서 팔짱을 끼고 커피우유 박스 더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기척을 느끼자 뒤로 고개를 돌렸다.

“오, 예상한대로 그냥 본인을 데려왔구만.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냥 말하기 싫은거겠지. 귀찮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 인간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게 워낙 흔한 일이 아니라서말이지.”
“아, 맞아요. 이 사람은 뭐 밖은 나가지도 않고, 누굴 초대하지도 않…와, 벌써 앉아서 일하고있어.”

소라가 손가락을 가리키려고 고개를 돌리니 혜현이 방금 논의한 내용으로 벌써 작업에 들어갔지라.

“이사람은 어쩔 수가 없어. 내가 그 사실만큼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

그는 자신의 옷가지와 머리스타일을 조금 매만지고는 소라와 마주보았다.

“아무튼 정식으로 나를 소개할게. 내 이름은 정유진, 이 괴상한 인간의 담당 편집자야.”
“어, 나는 소라에요. 가끔 음악을 좀 만들고.”

편집자는 아주 화사한 영업미소로, 소라는 좀 확실하지 않다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소라라니, 예쁜 이름이네. 만나서 반가워. 이 집에 계속 머무는 한 나를 꽤 자주 보게될거야. 적어도 저 인간이 밖에 나가는 것보단 자주. 아,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짧았지만 즐거웠어. 나중에 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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